지금은 봄이라 부르기에도 부끄러울 만큼의 날씨를 보여주고 있지만, 이 계절이면 항상 온갖 꽃이 피어나게 마련이다. 몇 번이고 계속되어 왔던 봄이 올해도 찾아왔고, 지금의 회사에서 맞이하는 봄은 처음이기에 그 길가에 있는 나무가 벚나무라는 것도 꽃봉오리가 맺힐 때 즈음에야 깨달았다. 4월이 되고도 한 주가 지나서야 봉오리가 맺히는가 싶었는데, 지난 주말 정도부터 꽃이 피기 시작했다. 출근길마다 벚꽃 가득한 길을 걷는다는 건 어쩐지 묘한 기분을 들게 했다.
봄앓이를 몸으로도, 마음으로도 꽤나 심하게 하던 나로서는 올 봄엔 아무런 탈 없이 넘어가는 가 싶었다. 봄 마다 걸리던 감기도 스리슬쩍 넘어간 느낌이었으니까. 그런데 그저 올 봄이 평년보다 늦게 찾아왔던 게 원인이었던 걸까. 마음은 다시 예의 불안정함을 불러오고 있다. 나에게 쓸쓸함을 전해주는 계절은 다른 계절 보다도 봄이 더욱 강하다. 봄에 태어났지만 봄에 약하다는 건 어쩐지 얄궂게도 느껴진다. 이 계절, 이 풍경들은 눈 부시도록 아름다울지언정 마음의 안식이 되어주지는 못하나보다. 문득 울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나는 넬을 듣고, 흘러간 시간을 회상하고, 기억조차 아련한 마음의 상처를 더듬는다. 그리고 눈물을 흘리기 위해 초속 5센티미터를 찾는다.
수 차례 보았지만 여기서 읽을 수 있는 간절함을, 비껴 지나가는 만남을, 텅 비어가는 씁쓸함을, 가벼이 넘길 수가 없다. 기차 건널목에서 타카기가 돌아보는 동시에, 기차가 달려가는 장면을 볼 때면 언제가 되었건 눈물이 차오르고 만다. One More Time, One More Chance와 함께 흐르는 영상을 눈물 가득한 눈으로 응시한다. 가사 한 마디마다 나의 행동을 돌이킨다. 교차로며 꿈 속이며 지하철 역이며, 그 곳에 있을 리 없는 사람을 찾던 시간을 되뇌인다. 몇 번이고 놓쳤던 인연들을 떠올린다.
그리고 모든 것이 끝나면, 그저 PC를 붙들고 있는 초라한 나만이 남는다. 몸서리쳐질 정도로 싫지만 그것이 현실이다. 그나마 쓸만했던 글 쓰는 요령도 잃어버린 지금은 자기 기분을 풀어낼 감상글 조차 쓰기 힘들어 한 자 마다 고민을 거듭한다. 몇 번이고 쓰려 했던 초속 5센티미터의 감상은 항상 그 고민과 외로움을 핑계로 기억에서 잊혀지고, 다시 벚꽃이 만연하는 계절이 오면 떠오르는 것이다. 올해의 벚꽃도 머잖아 지겠지. 어제도 비가 내렸고, 금요일에도 비 소식이 있으니 언제 피었는지도 잊을 정도로 떨어져 내리겠지. 그리고 다음 봄날의 만연을 기약하는 것이다.
나의 건널목에선 이번 역시 아무도 마주치지 못했다. 그렇게 올 봄도 떠나보낸다.
덧글
제가 사는 지역은 벚나무 벚꽃이 다 지고, 초록잎이 가득하더군요.
지하철이 지나가니 지인이 사라져 있었다! 이런경우 한번 겪어봤는데 얼마나 가슴아프던지ㅠㅠ
그리고 뭐 지금도 또 없습니다만... 슬프네요.